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오르페우스 신화의 ‘비극’을 ‘블랙코미디’로 비틀어버린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오(천국과 지옥)> 버전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가 알던 그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막장 드라마로 …

0. “여보, 제발 가지 마… 가 아니라 가버려!” : 오펜바흐의 발칙한 상상력
우리가 아는 오르페우스 신화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저승까지 쫓아간 남자의 눈물겨운 순애보죠. 하지만 19세기 파리의 풍자왕, 자크 오펜바흐는 이 신성한 신화를 완전히 박살 냅니다.

1. 권태기 부부의 “님아, 그 강을 제발 건너오지 마오”
이 작품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서로 얼굴만 봐도 치를 떠는 ‘쇼윈도 부부’ 그 자체입니다. 오르페우스는 따분한 바이올린 선생이고, 에우리디케는 남편의 연주를 소음 공해라며 질색하죠. 심지어 두 사람은 각자 애인이 따로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독사에게 물려(사실은 지옥의 왕 하데스가 납치한 거지만) 죽게 되자 오르페우스는 슬퍼하기는커녕 “아싸, 드디어 자유다!”를 외치며 쾌재를 부릅니다. 이게 우리가 알던 그 신화 속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전개죠.

출처 : 매일일보(https://www.m-i.kr)
2. “남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 무서운 참견쟁이 ‘여론’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으러 갈 생각이 1%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유명한 음악가가 아내가 죽었는데 구하러 안 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당장 가서 구하는 척이라도 해!”라며 오르페우스를 협박하죠.
결국 오르페우스는 체면 때문에 억지로 올림포스 산으로 가서 제우스에게 아내를 돌려달라고 떼를 씁니다. 진심은커녕 귀찮음이 가득 묻어나는 그의 저승행은 그 자체로 당시 상류사회의 허례허식을 꼬집는 강력한 풍자였습니다.

3. 천국보다 힙한 지옥, 그리고 광란의 ‘캉캉’
당시 올림포스의 신들도 지루한 천국 생활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르페우스를 따라 “지옥이 그렇게 재밌다며?”라며 단체 관광을 떠납니다. 지옥에 도착한 신들은 체면을 다 버리고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이때 나오는 곡이 바로 우리가 운동회 때마다 듣던 그 유명한 ‘캉캉(지옥의 갤럽)’입니다.

엄숙해야 할 신들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다리를 높이 차올리는 이 장면은 당시 관객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 “지옥이 천국보다 훨씬 재밌는데, 다들 왜 점잖은 척해?”라고 묻는 오펜바흐의 위트가 빛나는 대목이죠.
이 곡의 에너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영화 <물랑루즈>의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카바레 ‘물랑루즈’가 권력보다 사랑과 예술을 외치는 보헤미안들의 공간임을 보여주기 위해, 오펜바흐의 이 파격적인 선율을 메들리로 편곡해 사용한 것이죠
캉캉은 요즘으로 치면 당시에 클럽에서 유행하던 셔플과 같은 댄스 종류인거죠.. 오펜바흐는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자신의 작품에 넣은거구요
4. 뒤돌아본 건 ‘실수’가 아니라 ‘계획’이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제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지상에 나갈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조건을 겁니다. 신화에서는 슬픈 실수였지만, 여기서는 다릅니다. 오르페우스는 제발 에우리디케가 못 따라오길 바라며 걷고, 제우스는 오르페우스가 뒤를 안 돌아보자 갑자기 벼락을 쳐서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번쩍이는 번개에 놀라 고개를 돌린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다시 지옥으로 보낼 수 있게 되자 “아차, 실수했네!”라고 말하면서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띱니다. 결국 에우리디케는 지옥에서 신들과 계속 파티를 즐기기로 하고, 오르페우스는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마무리하며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오>는 단순히 신화를 희화화한 것이 아니라, “다들 이렇게 놀고 싶으면서 왜 안 그런 척해?”라고 묻는 유쾌한 조롱이었습니다.
캉캉의 빠른 리듬 속에는 이런 발칙한 상상력이 녹아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여러분도 기분이 울적할 때 이 곡을 크게 틀어보세요. 나도 모르게 발을 까닥이는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